2018년 예비소상공인 대회, 대학부 Top Florist Cup 벽장식부문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대회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설명해 보려고 한다.
우선 주제를 정해야 하는데, 이 대회는 '벽장식' 이라는 큰 틀 안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보니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오래 걸렸었다.
처음 정했던것은 우리의 열정을 표현해보자 해서 '열정'이라는 감정을 주제로 잡았는데,
감정을 시각적으로 직관적이게 표현하는것이 너무 난해하고 어려웠다.
사실 대회를 준비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어떤 주제를 직접 정해서 기획하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발생했던 어려움인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타다만 장작'을 생각했는데
설명이 없다면 장작을 보고 열정이라는 단어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타다만 장작이 어떻게 열정을 뜻하는지도 설득이 안되기 때문에
대회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싹 갈아 엎었다.
그래서 나온 시안!
처음에는 열정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마인드맵을 하며 다시 생각을 했다.
축구, 붉은악마, 투우, 스페인, 빨강 등등 나온 것 중에 '투우와 스페인'이 괜찮아 보여 왼쪽 사진처럼 천을 소가 뚫고 나온것을 대충 그려봤더니 생각보다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제대로 스케치를 하고 재료도 고민하고, 어떻게 제작하면 좋을지 까지 시안에 적었다.
우선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패브릭, 즉 천이 좋아야 했다.
투우 하면 투우사가 흔드는 '붉은 천과 소'가 아니겠는가?
동대문으로 천을 고르러 갔고, 많은 천들 중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일반 천이 아닌 붉은 벨벳으로 전체적인 느낌을 결정했다.
첫번째,
동대문은 도매시장이라 소매가 안되는 곳도 많고, 당장 바로 가져갈 수 있는곳도 많지 않았다.
그중 벨벳 원단은 C동 5층에 있는데 나는 5083호에서 구매했다.
사장님이 굉장히 친절하고 한마에 9,000원정도 했었다.
두번째,
소를 표현하기 위해 퍼 종류를 구하러 바로 위층인 6층으로 올라갔다.
벨벳을 구할 때는 원단이 나와있어서 바로 구할 수 있었는데, 6층으로 올라오니까 샘플만 있는 가게들이 많았다.
샘플만 있는곳은 원단들이 보통 창고에 있어서 바로 받을 수는 없고 주문후 배송 또는 직접 찾으러 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시안을 대회 일주일 전에 바꿔버려서 시가이 없었기 때문에, 기다릴 시간이 없었고 바로 구할 수 있는 천들중에 골라야 했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내가 산천은 비숑 짜투리천으로 11,000원이다.
이렇게 동대문에 재료를 구하러 올때는 시간적 여유를 좀 두고 고르러 와야 원하는 천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번째,
가장 중요한 재료인 천들을 구했으니 마지막으로 형태를 잡아줄수 있는 것을 구해야 한다.
보통 가벼운 느낌의 형태를 잡을 때는 치킨망을 사용하면 쉽게 잡을수 있는데, 내가 만들것은 달리는 것이 많아 무거워서 치킨망 하나만으로는 지탱이 어려웠다.
그래서 건축할 때 많이 쓰는 두꺼운 철사인 '반생'을 철물점에서 구했다.
6번 4.8mm
8번 4mm
10번 3.2mm
12번 2.4mm
번호가 작을수록 두꺼워 지는 데 나는 단단하게 고정하려고 6번을 썼었다.
사실 구매 전에는 조금만 가져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철사덩어리를 주셔서 당황했다. 무겁기도 했고 가격도 17,000원으로 재료 중 가장 비쌌다.
마지막으로,
형태를 잡기 위한 치킨망, 소의 뿔을 만들기 위한 한지, 나뭇가지, 호일, 금색라카, 밧줄, 본드, 태슬 등 부가적인 재료들을 준비했다.
맨 먼저 벨벳천에 치킨망과 반생이를 붙여줘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천에는 본드가 스며들어 반대쪽을 더럽히기 떄문에 사용할 수 가 없어서 글루건으로 하나하나 짜서 1차적으로 붙인 후에 가장자리 부분들을 실로 한땀한땀 연결해 주었다.
그리고 맨 윗 부분에는 조금 접어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 안에 두꺼운 나무봉을 구해 넣어서 투우사가 들고 있는 천의 느낌을 살렸다.
그리고 뿔은 우선 살짝 휘어이쓴 나뭇가지를 주워와 그 위에 호일로 모양을 잡아가며 만들었다. 호일을 붙이고 망치로 때리고 호일 붙이고 망치로 때리고 단단하고 판판하게 만든 후,
그 위에 한지를 붙여 하얀 뿔을 만들었다.
이제 뿔을 말리고 천 모양을 잡아서 다는 일만 남았다.
우선 뿔을 달기 전에 하얗기만 했던 뿔에 금색라카로 문양을 만들어 줬다. 사실 처음에는 진짜 형태가 있는 문양으로 칠하려 했는데, 라카가 너무 묽어서 흐르는 바람에 마블링 된 느낌으로 변경 했다.
뿔을 다 만들었으면 이제 천에 어떤식으로 달지 생각하고, 천을 잘라 뚤어줬다.
이 작품의 주제는 '열정의 투우' 즉 소가 천을 뚫고 나오는 모양을 의도했기 때문에 아깝지만 천을 뚤어서 뿔이 튀어나온 느낌을 주어야 했다.
뿔을 붙인 후에는 천 뒤의 철사들을 구부려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주었다.
뒤에 붙인 반생이 너무두꺼워서 잘 구부러 지지 않아 후회가 되었지만 온몸으로 구부리니 조금씩 모양이 잡히긴 하더라.
가장 중요한 소가 들이받은 느낌을 주기 위해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보며 크게 굴곡을 주려고 했더니 착한사람 눈에만 보이는 소머리가 완성되었다.
다음은 분화 식물들을 추가 해야 한다.
이 대회 자체가 한국플로리스트 협회에서 시행 한 것이기 때문에 분화와 절화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작품과 어울리는 소재들을 매치하는 것도 평가기준에 들어간다.
소재와 작품이 어울리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고, 그 다음은 색감이다. 아무래도 열정이 주제이고 전체적인 색감이 붉다 보니 거기에 묻히지 않을 소재가 필요했다. 왼쪽에 보이는 가장 큰 것이 떡갈나무인데, 이때가 마침 가을이라 단풍이 들어서 색이 정말 예뻤다.
소재도 천과 마찬가지로 천을 찢고 뒤에서부터 튀어나온 느낌으로 넣어주었다.
뒤에서 보면 철사와, 케이블타이, 반생, 식물을 감싼 이끼들로 정신이 없다,
처음에는 뒤를 가릴 생각을 못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쓰지 못했던 검정 퍼를 붙이기로 했다.
우선은 양쪽만 달아놓고 대회 당일 최종 마무리 후 뒤쪽이 보이지 않도록 감싸 마감예정이다.
이끼들은 아까 넣었던 떡갈나무같은 분화식물들의 흙이 마르지 않도록 감싸 지철사(꽃철사)로 감아 놓은 것이다. 나중에 작품을 걸기 전에 분무를 해주면 식물들이 마르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다.
절화소재는 글로리오사로 정했다.
원래는 더 여리여리한 느낌으로 반전을 주려고 했지만, 분화인 떡갈이 너무 강한 느낌이라 꽃이 약해버리면 밸런스가 깨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색감은 강하고 라인이 살아 여리여리한 느낌이 나는 글로리오사가 최종픽이 되었다.
글로리오사는 백합과라 수술을 먼저 떼주지 않으면 천에 묻어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대회는 양재에서 10시부터 시작했지만 도착은 8시 20분까지 했다.
물론 대회 시작 전까지 식물을 식재하거나, 작품수정을 하거나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작품을 쌌던 포장을 벗기고, 꽃을 넣을 실린더를 달아놓고, 사용할 물품들 달아놓고, 작품 걸어놓는 것 까지만 하고 대회가 시작 될 때까지 대기 했다.
10시가 되어 벽장식대회가 시작하고, 12시 부터 2시간동안 진행 되었다.
완성, 마감, 뒷정리 까지 두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대회가 끝나는 2시 부터 시상이 진행되는 7시까지 식물들이 버틸 수 있도록 처리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원래 대회 전까지 80~90% 완성해서 가는거라 마감이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나는 주어진 두시간을 다 사용했다.
어짜피 쓰라고 준 시간이기도 하고, 식물을 넣느라 천을 너무 많이 찢어놔서 수습하는 것이 오래걸는데, 여기에는 나의 실수가 큰 작용을 했다.
원래는 바늘과 실을 가져와서 꼬맸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작품싣고 출발하느라 까먹어서 옷핀으로 하나하나 티나지 않게 연결하는 것이 제일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
총 54팀이 출전했는데, 그 중 장려상을 받았다.
첫 출전 + 2주만에 준비 한것을 생각하면 스스로 너무 만족하고 행복했다.
대회는 12시에 끝나고 1시에 개회식을 한 후, 7시에 시상식을 했는데 중간에 시간이 떠버려서 6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대회 출전하는 분들은 시간을 잘 확인 한 후 시간계획을 잘 짜는것이 좋을 것 같다.
특히 양재at센터주변에는 갈만한 곳이 많이 없어서 차를 가져와서 차에서 있는다던가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 와야 한다.
그리고 대회는, 형태가 뚜렸하고 절화를 많이 사용한 작품. 시들지 않고 생생하게 관리된 작품이 점수를 많이 받았다고 느껴졌다.
사실 이때 대회 준비를 2주만에 하느라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장려상을 받게 되서 너무 좋았었다.
만약 대회 준비를 한다면 나처럼 급하게 하지 말고, 두세달 정도 기간을 잡고 천천히 준비했으면 좋겠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매일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작업하고 밥도 제대로 못먹었던 것이,
참 즐거웠지만 힘들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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